솔직히 저도 처음엔 재개발이랑 재건축을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빌라 부수면 재개발, 아파트 부수면 재건축 아닌가요? 그런데 직접 정비사업 구역을 알아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진짜 차이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도로, 상하수도 같은 기반시설이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더라고요. 빌라촌이어도 기반시설만 갖춰져 있으면 재건축으로 진행됩니다. 제 주변에도 20년 넘게 재개발 얘기만 나오고 도로확장만 하다가 흐지부지된 동네가 있는데, 이런 사업이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지 이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재개발과 재건축, 뭐가 다를까요?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시는데, 재개발과 재건축의 가장 큰 차이는 정비 기반시설의 유무입니다. 도로, 공원, 상하수도 같은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곳을 정비하면 재개발이고, 이미 기반시설이 다 갖춰진 곳을 정비하면 재건축입니다. 그래서 빌라촌이라도 기반시설이 충분하면 재건축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새 아파트를 받는 기준도 완전히 다릅니다. 재개발은 토지만 있어도 됩니다. 심지어 무허가 건물 소유주도 특정 조건만 충족하면 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가 생깁니다. 90제곱미터 이상 토지를 가지고 있거나, 부족한 면적을 경매로 채워서 조건을 맞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무허가 건물 소유주는 엄청난 분담금을 각오해야 하지만요. 반면 재건축은 아파트 자체를 통째로 소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파트는 주택과 토지가 분리되지 않으니까요. 다만 빌라 재건축은 예외적으로 토지 지분 없이 지상권만으로도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업 시작 전에도 차이가 큽니다. 재개발은 먼저 구역 지정을 받아야 합니다. 서울시 기준으로 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 노후도 기준 충족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습니다. 재건축은 구역 지정 전에 안전진단이라는 필수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흔히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대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건 2017년부터 모든 기준이 30년으로 통일된 결과입니다.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면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이게 바로 우리가 말하는 '안전진단 통과'입니다. A등급은 당장 재건축이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이고, C등급 이상은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을 고려해야 합니다.
권리산정기준일,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재개발 투자를 생각하는 분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바로 권리산정기준일입니다. 제가 직접 경매 물건을 알아보면서 느낀 건데, 이 날짜 하나가 투자 성패를 가릅니다. 권리산정기준일은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한 기준점입니다. 이 날짜 이후에 단독주택을 여러 채 빌라로 쪼개서 만들어도, 한 사람한테만 새 아파트 분양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 날짜는 구역 지정 시 또는 개발 발표 시 시도지사가 고시하는데, 문제는 이게 언제인지 모르고 투자했다가 낭패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저도 처음엔 막연하게 '재개발 구역이면 다 되겠지' 생각했는데,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매수 건은 조합원 자격이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경매로 재개발 물건을 낙찰받을 때도 이 부분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조합 설립 단계에서도 재개발과 재건축은 차이가 있습니다. 재개발은 토지등소유자 동의율 75%와 토지 면적 기준 50%를 맞춰야 하고, 재건축은 소유자 70%, 토지 면적 70%, 동별 동의율 50%를 충족해야 합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는 조합원 제도입니다. 재개발은 강제 조합원 제도라서 동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조합원이 됩니다. 하지만 재건축은 임의 조합원 제도여서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과 무관합니다. 이게 경매 물건의 조합원 자격 여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 설립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됩니다.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부터 금지되는데, 재건축은 훨씬 이른 단계에서 거래가 막히는 겁니다. 실전에서는 이런 디테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조합설립부터 입주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조합 설립 후에는 시공사 선정이 진행됩니다. 이때가 조합이 가장 주목받는 순간입니다. 건설사들이 높은 분양가 약속, 미분양 보전, 이주비 지원 같은 조건들을 내세우며 경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합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서 시공사를 교체하는 경우도 많고, 인기 없는 구역은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아예 없어서 공사비만 계속 오릅니다. 제 지인 동네가 딱 그런 케이스였는데, 결국 몇 년째 시공사를 못 구하고 있습니다.
사업 시행 계획 인가는 정말 복잡합니다. 어떻게 아파트를 지을지 상세 계획을 세우고 인허가받는 과정인데, 교육환경 평가, 교통환경 평가, 건축 심의 등 수많은 절차가 얽혀 있습니다. 시공사를 공동 사업 시행자로 선정하면 건설사 노하우를 활용해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시간은 오래 걸립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사업의 계산서와 같습니다. 누가 얼마를 내고 받는지, 일반 분양가는 얼마인지 모든 재산 관계가 확정됩니다. 이 단계부터는 세법상 입주권으로 전환되어서 취득세, 종부세 계산 방식이 달라집니다. 조합원 분양 신청 시에는 종전 자산 감정 평가를 통해 권리 가액이 산정되는데, 이 권리 가액과 조합원 분양가를 비교해서 분담금이 결정됩니다. 과거에는 환급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분담금 내는 게 대부분입니다. 부동산에서 말하는 프리미엄은 실제 매매가에서 추정 감정가를 뺀 값으로 이해하면 되고, 총 투자 비용은 매매가와 분담금을 합친 금액입니다.
이주와 철거가 시작되면 끝까지 안 나가는 세입자나 알박기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재개발은 영업 보상이 의무지만 재건축은 아니라서 상가 소유주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철거가 완료되면 멸실 상태가 되는데, 이때부터는 주택분 종부세가 안 나옵니다. 멸실 상태에서 매수하면 주택분 중과가 아닌 토지 취득 세율 4.6%를 적용받습니다. 준공 시점부터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적용되어서 조합원 평균 이익을 산정하게 됩니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결국 여유 자금으로 해야 하는 투자입니다. 그 돈 없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지, 올인해서 인생 걸면 정말 피폐해집니다. 엑시트도 못하고 분담금에 묶여서 허우적대는 경우를 주변에서 너무 많이 봤습니다. 긴 항해처럼 시작도 어렵고 끝내는 것도 어려운 사업이지만, 기초적인 개념만 확실히 이해하고 있으면 최소한 큰 실수는 피할 수 있습니다. 투자를 고민하신다면 구역 지정 여부, 권리산정기준일, 조합 설립 단계 같은 핵심 타이밍을 반드시 체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