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0억이면 준비할 돈도 10억? 천만의 말씀입니다. 취득세와 국민주택채권 매입 등 소유권 이전 등기를 위한 비용만 8천만 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얼마 전 제 지인이 첫 집을 마련하면서 "집값보다 부대비용 계산이 더 머리 아프다"며 한숨 쉬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 알았을 때는 "왜 내 돈으로 집 사는데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야 하지?"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국민주택채권, 사자마자 되파는 이유
국민주택채권이라는 게 뭘까요? 정부가 국민주택 건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인데, 집을 사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합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황당하지만 법으로 정해진 사실상 '제2의 세금'입니다.
채권 매입액은 공시 가격에 비례해서 정해집니다. 서울이나 광역시 기준으로 공시 가격 5천만 원 이상 1억 미만은 0.019%, 6억 이상은 0.031%를 매입해야 합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한 채를 공시 가격 11억 7천만 원 기준으로 구매한다면 약 3,627만 원어치 채권을 사야 합니다. 여기에 10억 대출을 받는다면? 근저당권 설정 채권까지 더해져 총 4,827만 원이 나갑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채권을 매입하자마자 되팝니다. 제 경험상 주변에서 5년 만기까지 들고 있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집 살 돈 마련하느라 이미 빠듯한데 수천만 원을 묶어둘 여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연 1% 이자율은 현재 기준금리 2.5%에 비하면 너무 낮습니다.
문제는 바로 되팔아도 돈이 나간다는 겁니다. 할인율이 적용돼서 내가 산 가격보다 싸게 되팔아야 하거든요. 1천만 원어치를 사서 800만 원에 되팔면 200만 원이 그냥 증발하는 셈입니다. 최근에는 할인율이 높아지는 추세라 마포 주택 기준으로 부담금이 약 591만 원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공동명의로 사면 공시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 매입 구간이 낮아지면서 수십만 원은 아낄 수 있다는 꿀팁도 있습니다만, 어차피 수백만 원대 비용이 나가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등기비용과 수입인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법적으로 집이 내 것이 됩니다. 매매 계약서 쓰고 잔금 넣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등기부등본에 제 이름이 올라가야 이전 소유주가 제 집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압류 걸리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등기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들이 있습니다. 먼저 정부 수입인지인데, 이건 매매 계약서에 붙이는 증인지로 세금을 냈다는 증표입니다. 거래가 기준으로 1억 초과 10억 이하는 15만 원, 10억 초과는 35만 원입니다. 우체국이나 은행에서 살 수 있고 전자 발급도 가능한데, 재발급이 안 되니까 출력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수수료도 있습니다. 서면으로 신청하면 18,000원, 전자 표준 양식으로 하면 15,000원입니다. 전자 신청이 제일 싸긴 한데 등기소에 직접 가서 실명 확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 금액은 전체 비용에 비하면 얼마 안 됩니다. 하지만 얼마 전 제가 이사할 때 하루 만에 셀프등기와 전입신고를 다 하려니까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인터넷 등기소 시스템도 불안정해서 고생길에 한 몫 했고요. 그래도 가능은 하더군요.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은행이 지정한 법무사가 이런 절차들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습니다.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사는 경우에는 셀프등기도 할 수 있지만, 웬만하면 법무사를 쓰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취득세까지 더하면 총 비용이 얼마나 될까요
무주택자가 10억짜리 집을 2억 5천만 원 대출로 구매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3.3%로 8,250만 원이 나갑니다. 국민주택채권 부담금 591만 원, 정부 수입인지 35만 원, 등기 신청 수수료 1만 8천 원을 다 더하면 약 8,878만 원입니다. 거의 9천만 원에 가까운 돈이 집값과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자금입니다.
제가 처음 이 계산을 봤을 때 든 생각은 "이러니 사람들이 어떻게든 세금을 안 내려고 하는구나"였습니다. 월급 받을 때 이미 소득세 포함해서 각종 세금 다 떼이는데, 그 돈으로 집을 사든 옷을 사든 왜 또 세금을 내야 하는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집을 짓고 제공하는 국가 인프라에 대한 대가라고 보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시스템 자체를 좀 더 단순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요즘 상급지 갈아타기 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 주택에서 양도세 내고, 새 집 사면서 취득세 내고, 거기에 갈아타기 갭 5억에서 10억까지 대출 2억으로 감당한다는 게 보통 능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채권 할인율이 오르는 추세라면 잔금일 전에 미리 매입하고 매도해서 조금이라도 아끼는 게 현명합니다.
집을 직접 안 사보면 절대 모르는 부분들입니다. 저도 주변에서 집 산다는 얘기 들을 때마다 "취득세 빼고 1억은 더 준비해야 한다"고 귀띔해주는 편입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별도고, 이사 비용에 인테리어까지 생각하면 실제로 필요한 돈은 훨씬 더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비용들을 미리 꼼꼼하게 따져보고 자금 여유를 충분히 확보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나중에 돈이 모자라서 허둥대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계산해두는 편이 정신건강에 훨씬 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