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에 당첨되면 무조건 좋은 걸까요? 저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첨되고 나니 계약금만 날리고 포기한 지인을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청약 당첨은 시작일 뿐이고, 진짜 관문은 그 이후에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특히 최근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규제 전에는 어떻게 집을 샀을까
청약 당첨 후에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서로 돈을 내야 합니다. 보통 분양가의 10%, 60%, 30% 비율로 나뉘는데요. 계약금은 당첨 후 한 달 안에 내야 하니까 일단 내 주머니에서 현금이 나가야 합니다. 이게 첫 번째 관문이죠. 저는 이 부분을 너무 가볍게 봤다가 주변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중도금 조달이 지금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분양가의 60%나 되는 중도금을 당첨자라면 소득 상관없이 거의 다 대출받을 수 있었거든요. 10%씩 6회차로 나눠서 내는데, 사실상 대출로 해결하고 우리는 이자만 내면 됐습니다. 그리고 2~3년 후 아파트가 완공되면 그때 중도금 대출 만기가 와서, 완성된 집을 담보로 잔금 대출을 받아 중도금 대출을 갚는 구조였죠.
제 부모님 세대가 집 살 때 보면 정말 이런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집값이 오르는 상승장이었다면 더 유리했어요. LTV가 집값의 70%인데, 3년 사이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대출 한도도 늘어나니까 중도금 갚고도 잔금 낼 여유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입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받아서 전세 보증금으로 중도금 갚고 잔금 내는 방식도 가능했죠. 이게 청약으로 돈 버는 대표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선 당첨 후 고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일단 당첨되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었으니까요. 저도 청약통장 부으면서 '당첨만 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현금 없으면 포기각
그런데 2025년 들어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수도권이나 규제 지역에서는 이제 현금 여력이 없으면 청약 당첨되더라도 계약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제가 최근에 이 내용을 알고 청약통장을 그냥 용돈 파킹용으로 바꿨습니다.
일단 계약금부터 달라졌어요. 예전엔 10%였는데, 단지에 따라 20%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초기 진입 장벽이 두 배로 높아진 셈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중도금 대출입니다. 분양가의 60%인 중도금 중에서 이제는 40%만 대출받을 수 있고, 나머지 20%는 내 돈으로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10억짜리 아파트라면 예전에는 중도금 6억을 전부 대출받았는데, 지금은 4억만 대출 가능하고 2억은 현금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계약금 1억까지 합치면 총 3억이 필요한 거죠. 저같은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금액입니다.
잔금 대출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 대출 한도가 최대 6억으로 제한됩니다. 둘째, LTV가 70%에서 40%로 떨어졌어요. 10억짜리 집이면 4억까지만 대출 가능합니다. 중도금 대출 4억에 잔금 3억 합쳐서 7억을 갚아야 하는데, 대출은 4억밖에 안 나오니까 3억을 또 마련해야 하는 겁니다.
더 웃긴 건 소위 말하는 로또 분양에 당첨되면 오히려 불리해진다는 점입니다.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크면 6억 한도가 4억, 심지어 2억까지 깎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분양가 대비 최대 60%를 현금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이미 자산가 아니면 불가능한 수준이죠.
게다가 전세 보증금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막혔습니다. 중도금이나 잔금 대출받으면 전입 의무가 생겨서 실거주해야 하니까 세입자를 받을 수가 없어요. 처음부터 중도금을 전액 현금으로 내면 가능하긴 한데, 그건 무주택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집 여러 채 가진 사람들 얘기입니다.
제 주변 지인 중에 청약 넣으래서 넣었다가 돈 없어서 계약금만 날린 사람이 있습니다. 뭣도 모르고 당첨의 기쁨에 젖어 있다가 현실을 마주하고 포기한 거죠. 그 이후로 그 친구는 청약을 함부로 넣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 규제 내용을 보고 나서 청약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물론 올림픽파크 포레온처럼 집 짓는 동안 규제가 풀려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고, 지금처럼 규제가 강력한 상황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수도권 청약은 현금 여러 억을 쥔 부자들만 가능한 게임이 돼버렸습니다. 서민들은 수도권에서 밀려나 지방으로 가거나, 아니면 평생 전세로 살아야 하는 구조가 됐어요.
결국 지금 청약은 당첨 여부보다 자금 조달 가능성을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자금 마련이 안 되면 계약 포기하고 재당첨 제한까지 남으니까요. 저는 이 글을 쓰면서 부동산 규제가 대체 누구를 위한 건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전세 사기나 투기는 잡아야 하는데, 정작 무주택 서민들만 더 힘들어진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청약 넣기 전에 꼭 본인의 자금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하시길 바랍니다.